Page 30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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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정진한 끝에 크게 깨닫게 된다.
이후 성철스님과 향곡스님 간에는 법을 둘러싼 숨 막히는 육박전과 봄
바람 같은 웃음 파티가 번갈아 가며 열린다. 서로 다르므로 육박전이고 서
로 같으므로 웃음 파티였다. 물론 육박전과 파티는 둘이 아니다. 나중에 어
떤 설법에서 향곡스님은 특히 이렇게 죽은 뒤에 되살아나는 일을 차별삼
매라는 말을 가지고 설명한다.
차별삼매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가장 알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
서 시방세계 그대로가 큰 반야며, 청정한 세계며, 크게 적멸한 세
계며, 크게 해탈한 세계라고 하는 등은 아무것도 아니다. 가령 가
석허可惜許라든지, 관關이라든지, 창천蒼天이라든지 하는 이런 것이
다 차별삼매에 속하는 것이다.
죽음에서 되살아난 후의 풍경
불교의 관점에서 볼 때 만사만물은 같음과 다름의 통일체이다. 그것이
법계의 실상이다. 그것은 다양한 황금 장신구가 황금이라는 같음과 장신
구라는 다름을 함께 갖추고 있는 것과 같다. 이 둘 아닌 이치에 바르게 눈
뜨는 것이 완전한 깨달음이다. 그런데 불교의 공부는 만사만물에 대한 분
별과 집착을 내려놓는 일을 우선적으로 실천한다. 우리의 모든 번뇌와 속
박이 분별과 집착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행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분별을 내려놓는 경계가 먼저 나타난다. 이것이 보통 말하는
무심이다. 눈앞의 시비선악에 호오취사의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이 무심이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만약 분별없음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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