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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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입장도 같았다. 그때 고우스님은 돈오
점수 공부를 하고 있던 때라 성철스님께
도 대들었지만, 서옹스님께도 물어보고
싶었다.
어느 날 봉암사 조실채로 서옹스님을
찾아뵙고 물었다.
“『서장』 「이참정공」편에 나오는 ‘이치는
사진 1. 봉암사 조실로 계시다 대한불교조계
문득 깨닫는 것이라 깨달음을 따라 아울 종 제5대 종정이 되신 서옹스님.
러 녹여 가지만, 일은 홀연히 제거할 수
없으니 차제에 따라 없애야 한다.’는 대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는 아직 『서장』을 안 봤어. 『서장』을 한 번 가져와 보지.”
의외의 말씀이었다. 백양사 만암스님 문하로 출가하여 제방 선원에서
정진하시다 일본 교토로 유학 가서 임제대학에서 공부하시고 돌아와서 선
방에서 정진하시고 조실까지 되신 분이 간화선의 교과서라 하는 『서장』을
아직 보지 않았다니 뜻밖이었다. 그래서 봉암사 경내에서 『서장』을 구해서
가져다 드리니 「이참정공」 편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편지는 대혜스님이 거사들에게 하는 것이라 방편으로 하신 말씀 같
다. 대혜스님은 임제종 명안종사이시니 확철대오가 돈오의 기준인 분인데
깨달은 뒤 점차 닦는 말씀을 하실 리가 없는데, 이렇게 말씀하신 것은 방
편이거나 아니면 후대에 누가 첨삭한 것 같다.”
서옹스님의 이 말씀이 당시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후일 이 『서장』
「이참정공」 편 문제를 성철스님께도 물었다. 성철스님 역시 “『서장』이 여러
본이 있는데, 그 대목은 누가 첨삭한 것 같다. 법으로 보면 대혜스님 사상
과는 어긋나는 말씀이다.”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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