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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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때가 있지요. 그 여덟 형제 가운데서 세 번째 아들이 일곱 살 쯤에
          디프테리아라고 하는 병에 걸렸어요. 병원 치료를 했지만 애석하게 먼저
          갔어요. 그래서 7형제가 남았지요. 할아버지는 채병준이라고 하는데, 본

          관은 평강 채씨입니다. 평강은 강원도 금강산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그곳이 조상 대대로 살던 고장이지요. 할아버지가 그때 시대로 꽤 머리
          가 열린 분이에요. 가산을 이어받으면서 괜찮게 살았는데 평강은 산중이
          라 앞으로 자손들을 제대로 기를려면 ‘이 산골 평강에 묻혀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는군요. 그래서 그곳을 떠나 일가를 솔가해서 당시 새롭게

          항구가 열려 사람들이 모이는 개항지 원산으로 이주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원산 와서 아드님 둘을 뒀어요. 아들들 교육에 열심히 힘을
          쏟았어요. 그중 한 분이 채낙진이신데 제 부친입니다. 부친은 당시 입학

          이 쉽지 않았던 원산상업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때에는 ‘구제중학교’로

          5년 과정이었어요. 지금 중학교는 3년이지요. 그때 5년 중학을 졸업하면
          그 다음에 전문학교가 있어요. 전문학교 나오게 되면 대학에 들어가요.
          그 전문학교는 대학의 예비과하고 비슷하지요.

           그런데 부친이 원산상업학교를 졸업하고는 젊은 패기로 사업을 일으켜

          아주 잘 되셨어요. 원산에서는 손꼽히는 이름 있는 사업가가 됐어요. 여
          러 가지 사업을 하셨는데 그중에 영화관, 극장을 하셨어요. 당시 인구가
          한 20만 되는 도시에 극장이 둘 있었어요. 당시는 오락이란 게  별로 없

          을 때 거든요. 원산 시내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데,

          위쪽은 관내關內라고 일본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살았어요. 그 반쪽 왼쪽
          은 우리 한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 대강 그렇게 됐어요. 그 가운데
          에 큰 굴다리가 있어서 밑으로 기차가 다니고 다리 위를 건너서 오고 가

          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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