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P. 44

자가 생각하는 원인이지만, 바로 당시에 유행한 종법세계宗法世系의 전통
          과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중국에서는 수대隋代로부터 도교道敎에서 종법
          제도宗法制度를 받아들여 도사들의 계보인 도통道統을 확립하였고, 또한 당

          대唐代에 들어서면서 유학儒學에서도 도통설을 제창하였으며, 나아가 천태

          종과 같은 불교 종파에서도 법계를 확립하였다.
           그에 따라 중국선 계통에서도 법계를 설정하면서 ‘달마-혜가’ 계통과 ‘도
          신-홍인’의 동산법문을 연결하여 동토東土의 ‘달마-혜가-승찬-도신-홍

          인’의 ‘5조’에 이르는 중국선 법계가 출현하였다고 하겠다. 한편 종법세계에

          서는 적자적통嫡子嫡統을 크게 강조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법계法系의 적
          자嫡子를 가리는 것이 절대적인 중요성을 지니게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남종과 북종의 적통을 가려 제6조第六祖가 누구인가는 상

          당히 중요한 논쟁이었고, 하택신회의 목숨을 건 투쟁으로 인하여 황권皇

          權으로부터 하택신회가 제7조로 인정을 받게 되면서 혜능이 6조의 지위에
          올랐던 것은 앞에서 논한 바와 같다. 그렇게 하택이 제7조의 지위를 차지
          하였는데, 그렇다면 남종선의 적자는 하택신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

          연히 적자는 그 법계의 모든 정통성을 쥐고 있으며, 방계는 그 법이 아무

          리 뛰어나도 산성散聖으로 칭할 뿐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하택신회에
          의하여 6조가 혜능으로 확정된 이후 방계가 된 북종의 신수계는 지리멸렬
          하여 역사 속에서 사라진 것과 같다고 하겠다.

           그런데 후대에 하택신회 계통이 힘을 못 얻게 되고, 강서와 호남에서 마

          조馬祖와 석두石頭가 두각을 나타나게 되면서 적자의 정통성을 강조함은 자
          칫 자가당착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문제로 등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으
          로 인하여 남종선에 이른바 ‘별위일종別爲一宗’의 가풍이 출현한 것이 아닐

          까 한다. 다시 말하여 하택신회의 계열을 하택종荷澤宗, 마조도일의 선풍을



          42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