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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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진불의 소재는 어떠한가? 『영우선사어록』에 다음
          과 같은 문구가 있다.



              도인道人의 마음은 바탕이 곧고 허위가 없으며, 등지거나 친밀함이

              없고, 속이고 허망한 마음이 없다. 모든 시간에서 보고 들음에 평
              상平常을 찾으며 다시 삐뚤어짐이 없고 또한 눈을 감고, 귀를 막지
              않는다. 다만, 정情은 물物에 기대지 않으면 바로 얻는다.              12)




           이로부터 진불은 바로 취사 선택이 없는 평상에 있으며, 다만 정이 물에
          오염되지 않는 데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문구에서 명확하게 사조師祖인 마
          조의 평상심시도와 도불용수의 사상적 취지를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위앙

          종에서 종풍이라고 말하는 체용쌍창, 이사불이, 진불여여 등은 모두 가깝

          게는 마조-백장, 멀게는 『육조단경』에서 연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안사安史의 난으로부터 시대사조가 변화하였고, 더욱이 회
          창법난을 겪으면서 새롭게 조사선을 일으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오가 가

          운데 최초로 위앙종이 출현하였다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조사선과 여래선

          의 구분을 남겼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위앙종은 이러한 의미에서 중요한
          사상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하겠다. 그러나 위앙종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
          주목할 선사상이 존재한다. 여기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종풍과 선사상을 간

          략히 살펴보았을 뿐이다.







          12)  앞의 책(大正藏47, 577b) “夫道人之心, 質直無僞, 無背無面, 無詐妄心. 一切時中, 視聽尋常, 更無委曲, 亦
            不閉眼塞耳, 但情不附物卽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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