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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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너무 많이 먹으면 병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므로 너무 좌선에만 집착해
도 안 되기 때문에 육조스님은 누구든지 앉아서 공부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놈, 뭣 하느냐! 여기에 그냥 앉아 있는 것이 공부 같으면 벌써 성불 다
했겠다.”고 하시며 몽둥이로 두들겨 팼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앉아 있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앉든지
서든지 속으로 공부를 잘 해야지 앉는 데 집착하고 서는 데 집착하고 조용
한 곳에 집착하면 공부가 아니라 병이 된다는 말입니다.
기왓장을 갈아 거울 만들기
육조스님의 제자인 남악회양南嶽懷讓(677~744) 선사 이야기를 하겠습니
다. 하루는 보니, 체격도 좋고 잘 생긴 사람이 좌선을 부지런히 하고 있는
데, 옆에 다가가서 어른거려도 꼼짝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회양선
사가 그 옆에 가서 기왓장을 돌에다 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자기는 공
부한다고 열심히 앉아 있는데 웬 늙은이가 와서 자기 앞에서 기왓장을 북
북 갈고 있으니 신경질도 나고 이상도 해서 물었습니다.
“스님! 그 기왓장은 갈아서 무엇 하시려고 하십니까?”
“아, 기왓장을 갈아 거울을 만들려고 하느니라.”
“기왓장을 갈아서 거울이 되겠습니까?”
“그래, 기왓장을 갈아 거울을 만들려는 나도 참 미치기는 미쳤지
만 너는 나보다 더 미쳤다. 앉아만 있으면 부처가 되고 성불을 하
느냐?”
이렇게 회양선사에게 경책받은 이가 바로 마조馬祖(709~788)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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