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3년 2월호 Vol.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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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앉아만 있는 폐단을 부수기 위해서 회양선사가 방편을 쓰
신 것입니다.
“앉아만 있다고 해서 견성이 되는 것인가?”
이 한마디에 마조스님이 확철히 깨쳐서 육조스님의 정법을 이은 대선지
식이 되었습니다.
공부하는 데는 집착병, 이것이 큰 문제입니다. 경행하라 한다고 경행만
집착하면 이것도 병이 되고, 좌선하라 한다고 좌선만 한다면 이것도 병이
되고, 조용한 곳에서 공부하란다고 조용한 곳만 집착하면 이것도 병이 되
고, 시끄러운 곳에서 공부하란다고 시끄러운 곳만 집착하면 이것도 병이
됩니다. 설사 부처가 되었다 하더라도 부처에 집착하면 이것도 병입니다.
부처라는 것도 사실은 중생의 병을 고치는 약이어서 억지로 부처다, 부처
다 하는 것인데 만약 거기에 조금이라도 집착하게 되면 그것도 큰 병이 되
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앉지도 말고 서지도 말고 엉거주춤하
게 있으란 말일까요?
물론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무슨 공부를 하든지 마음을 다잡는
일만 열심히 할 뿐, 앉고 서고 하는 데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집
착심을 떠나서 공부를 하면 아무리 앉았다 해도 앉은 것이 아니요, 아무리
서 있다 해도 서 있는 것이 아니니, 그것이 참 공부라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참선을 많이 주장하셨기 때문에 혹 여기에 너무 집착하는 생
각을 낼까 싶어서 나의 쓸데없는 노파심에서 하는 말입니다.
- 『성철스님의 화두 참선법』(2016)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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