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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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테 속지 말라
말이야. 중한테
속지 말란 말밖
에 할 말이 없
다.” 이것은 이
후 스님의 열반
송으로도 옮겨
사진 1. 기자에게 “내 말에 속지 말라.”고 말씀하신 성철스님.
간다. “평생토록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이 수미산을 넘는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열반에 임해 “내가 중생을 위해 팔만사천 법문을 했지만 실로
한 글자도 설한 바가 없다.”고 했다. 성철스님은 “평생토록 남녀의 무리를
속였다.”고 했다. 석가모니 부처님과 성철스님, 두 수레바퀴가 구른 자국이
완전히 동일하다. 이처럼 성철스님은 말의 위험성에 대해 십분 경계하는 입
장에 있었다. 그럼에도 그것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모든 선지식의 운
명이다. 그래서 1967년 ‘백일법문’을 시작할 때도 이렇게 말한다.
“이론과 언설을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은 할 수 없어서 하
는 것이지, 실제 근본 불법이 아닌 줄을 알아야 합니다. 산승山僧도
지금부터 폐업계를 낸 셈입니다. 내 본래 직업은 ‘쉬고 쉬는 것’이
본업인데, 그 본업을 버리는 것이니 그리 알고 들어야 합니다.”
모든 말은 실상의 그림자다. 그러니까 어떤 오묘한 말도 진리 그 자체와
는 거리가 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석가모니 부처님은 깨닫고 난 직후
에 다음과 같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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