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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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향엄선사와 대나무.


          다.”라는 당부가 있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청법 대중이 참선을 해 보지 않은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화두의 참구가 없는 교학적 탐구를
          ‘신주 없는 헛제사’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청법 대중의 성분이 그러했기 때
          문이다.

           한편 “책 보지 말라.”는 독서 금지의 강령은 선방의 수좌들에게 내려진

          것이었다. 수좌들은 참선 수행에 전 생애를 걸기로 한 수행자들이다. 그러
          므로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책이나, 스승의 말씀이나, 그 어떤 것을 기
          웃거린다면 그것은 커닝이다. 그래서 덕산스님은 선문에 투신하기로 하면

          서 그동안 애지중지했던 자신의 『청룡소초』를 스스로 불태워 버렸다. 또한

          그런 제자들을 이끄는 스승들은 결코 그 공안의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것이 수좌들의 맨몸 공부를 돕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또 알려준다고 해
          봤자 남의 손에 들린 떡이지 당사자의 몫은 아닌 것이다.

           더구나 새삼스레 알려줄 것도 없다. 원래 수좌들이 가지고 오는 답은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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