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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悟다. 보조스님이 강조한 바, 해오는 이해적 차원의 깨달음이라는 뜻으로서
이성적 통찰의 다른 말이다. 성철스님은 이것이 선종에서 말하는 견성과는 전
혀 다른 차원이라고 보았다. 심지어 이러한 해오에 의지하여 수행한다면 갈
수록 깨달음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보았다. 서쪽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이 동
쪽으로 가는 것과 같아서 역효과만 난다는 것이었다. “책 보지 말라.”는 독
서 금지의 실천 강령이 수립된 이유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백일법문』에서
다음과 같이 전혀 다른 주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론을 배우면서 또한 실천하고, 실천하면서 또한 이론을 배워야
합니다. 부처님 경도 보고 조사스님 어록도 보면서 참선도 하고,
참선을 하면서 조사스님 어록도 보고 부처님 경도 배워야 합니다.
마치 전쟁할 때 농사를 지으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농사짓는 식으
로 되어야 합니다.”
서산스님의 입장을 설명하면
서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분명하
게 당신의 언어로 문자 공부와
참선 수행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
장하고 있다. 책 보지 말라는 수
좌 5계의 강령과 정면으로 충돌
한다. 더구나 스님 스스로 방대
한 장서를 갖추고 독서로 점철하
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점까지
사진 2. 성철스님의 법문집 『백일법문』(장경각, 2014). 생각하면 그 모순의 양상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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