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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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진다. 어느 것이 진짜 성철스님의 뜻일까? 혹시 독서와 참선 병행에
서 독서 배격으로 입장의 변화가 생긴 것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성철스
님은 시종일관 화두 없는 독서는 소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해롭기까지 하다
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을 버린 적이 없다.
미리 말하자면 성철스님의 이렇게 상호 충돌하는 가르침과 실천은 모두
‘참’이다. 왜 그런가? 원래 불교에는 언어의 참과 거짓보다 그것의 맥락을
중시하는 전통이 있다. 심지어 방편으로 거짓을 말하는 것이 불교적 언술
전략의 일환임을 밝히기까지 한다.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라면 누런
잎사귀를 들어 황금이라고 거짓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종은 더 그렇다. 조주스님은 “개에게도 불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
다.”고 대답하기도 했고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있음에 치우친 사람을
“없다.”로 치유하고, 없음에 치우친 사람을 “있다.”로 치유하고자 한 것이
다. 또 마조스님은 무엇이 부처인가를 묻는 질문에 “이 마음이 곧 부처다.”
라고 대답하기도 했고,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
다. 부처와 마음을 둘로 나누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분별심을 허물기 위
한 언어전략이다. 선불교의 현장에서 이러한 논리적 충돌은 흔히 발견된다.
심지어 불교사상의 발전사 자체가 그렇게 상호 충돌하는 모순을 더해 온 흔
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책 보지 말라는 말씀의 뜻
성철스님은 혹은 독서를 금지했고 혹은 독서를 권장했다. 그 설법의 상
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백일법문’은 학승과 선승, 그리고 일반 신도들을 상
대로 한 법문이었다. “법회 동안만이라도 꼭 화두를 들면서 (공부)해 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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