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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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上堂하여 설하였다. “붉은 고깃덩어리 위에 무위진인無位眞人이
하나 있다. 항상 너희들을 쫓아 여러 사람의 얼굴 앞에 출입하나
아직 증거가 없으니 보아라, 보아라!”라고 하였다. 그때 어떤 승려
가 나와 묻기를, “어떤 것이 무위진인입니까?”라고 하자, 선사는
선상禪床에서 내려와 붙잡고 이르길, “말하라! 말하라!”라고 하였
다. 그 승려가 헤아리려고 하자 선사는 손을 놓으며 말하기를, “무
위진인이 무슨 마른 똥막대[幹屎橛] 같은 것인가!”라고 하고 바로 방
장실로 돌아갔다. 1)
여기에서 의현은 불성을 ‘무위진인’으로 보고 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위진인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이를 윤회를 주재하는 ‘아我’라
고 해석한다면 불교의 기본적인 교의敎義에도 맞지 않고, 나아가 조사선의
입장에도 절대로 계합契合될 수 없는 이해이다. 불교에서 우리 존재에 절
대적 ‘자아自我’라든가 윤회를 유지하는 ‘영혼靈魂’과 같은 ‘주체아’를 부정함
을 선사가 몰라서 그것을 의미하는 것을 무위진인이라고 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붉은 고깃덩어리 위’라고 분명하게 ‘무위진인’의 소재를
밝히고 있다. 이는 명확하게 『단경』의 “자신의 색신[自色身] 가운데 사견邪
見의 번뇌와 어리석음의 미망迷妄이 있지만, 또한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깨
2)
달음의 성품[本覺性]’도 있다.” 라는 말과 연계하여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
를 다른 측면으로 보자면, 우리의 색신을 떠나 깨달음을 얻을 수 없음을 말
1) [唐]慧然集, 『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大正藏47, 496c), “上堂云: 赤肉團上, 有一位無位眞人, 常從汝等諸人
面門出入, 未證據者, 看, 看! 時有僧出問: 如何是無位眞人? 師下禪床, 把住云: 道, 道! 其僧擬議, 師托
開云: 無位眞人是什麽幹屎橛! 便歸方丈.”
2) 敦煌本, 『壇經』(大正藏48, 339b), “自色身中, 邪見煩惱, 愚癡迷妄, 自有本覺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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