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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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음이다. 따라서 의현이 ‘무의도인은 제불의 어머
          니’라는 연원은 명확하게 반야부 경전, 특히 『문수설반야경』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의현은 또한 다음과 같이 설한다.




              부처의 경계는 자칭 내가 부처의 경계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
              의도인無依道人은 경계를 타고 나온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와서 나
              에게 부처를 구한다면, 나는 청정한 경계에서 나와서 응하고,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보살을 묻는다면, 나는 바로 자비慈悲의 경계에서

              나와서 응하며,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보리菩提를 묻는다면, 나는 바
              로 정묘淨妙의 경계에서 나와서 응하고, 어떤 사람이 나에게 열반涅
              槃을 묻는다면, 나는 바로 적정寂靜의 경계에서 나와 응한다. 경계

              는 바로 수많은 차별이 있지만, 사람은 바로 차별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물에 응하여 형상을 나타내는 것은 마치 물속에 비친
              달과 같다.   9)



           여기에서 의현이 강조하는 것은 무의도인의 길이다. 앞에서 위앙종潙仰

          宗을 논할 때 조사선에서는 더는 ‘불경계佛境界’를 추구하지 않음을 밝혔는
          데, 그것은 이미 『단경』으로부터 ‘당하즉시當下卽是’와 ‘본래현성本來現成’이
          논증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의현의 무의도인 역시 본래현성의 입장임

          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라 하겠다. 그리고 ‘사람은 바로 차별이 없음’이라

          는 구절로부터 인간에 대한 절대적 긍정을 엿볼 수 있다.



          9)  [唐]慧然集, 『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大正藏47, 499a), “佛境不能自稱我是佛境. 還是這個無依道人乘境出
           來. 若有人出來問我求佛, 我卽應淸淨境出; 有人問我菩薩, 我卽應慈悲境出; 有人問我菩提, 我卽應淨
           妙境出; 有人問我涅槃, 我卽應寂靜境出. 境卽萬般差別, 人卽不別. 所以應物現形, 如水中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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