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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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大器의 사람은 바로 인혹을 받지 않고, 처하는 곳에서 주主가
                  되고, 서 있는 곳이 모두 진리가 현현한 곳이지만 다만 오는 자가
                  모두 받을 수는 없다.     14)




               이로부터 의현은 조사선의 핵심이 바로 인혹을 받지 않는 것임을 명확
             하게 한다. 특히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라는 두 번째 구절은 상당
             히 잘 알려진 것인데, 여기에서 강조하는 것은 불법조차도 인혹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혹을 받지 않는 사람이라야 “처하는 곳

             에서 ‘주’가 되고, 서 있는 곳이 모두 진리가 현현한 곳[隨處作主, 立處皆眞]”
             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수처작주 입처개진’은 상당히 유명한 구
             절로 많은 이들이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의현이 사용하는 ‘주主’의 의

             미는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입처개진의 조건이 바로 돈오인 점을 고

             려하면, ‘주’는 자성, 의현의 논리로는 무위진인과 무의도인으로 보아야 하
             기 때문이다. 특히 의현의 제접법 가운데 ‘방할제시棒喝齊施’와 ‘사빈주四賓
             主’ 등에서는 ‘주빈主賓’ 관계를 엄격하게 논하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간략하게 임제의현의 선사상에서 무위진인과 무의도인 등을

             고찰하였다. 그런데 의현은 무엇보다도 “병은 스스로 믿지 못하는 곳에 있
             음”에 초점을 두어 ‘자신自信’을 극도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스스로 믿
             음’은 ‘인혹을 받음’과도 관련이 있고, 나아가 전체적인 선사상과도 연계되

             어 있다고 하겠다. 그에 따라 이에 이어서 자신과 관련된 부분과 임제종의

             제접법 등을 고찰하고자 한다.






             14)  앞의 책(大正藏47, 499a), “大器者, 直要不受人惑, 隨處作主, 立處皆眞, 但有來者皆不得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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