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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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연다흥미란 福地緣多興未闌
일국파원류세월 一局巴園留歲月
인간차막괴지환 人間且莫怪遲還
외롭고 답답한 마음 달래려고 신선 사는 산을 찾아드니
변치 않은 산봉우리마다 좋은 얼굴로 맞아 주네.
바위에 쏟아지는 물소리는 거문고 소리같이 맑고
골짜기 가득 채운 깨끗한 눈은 옥병처럼 차다.
천신들께 예를 마쳤어도 향은 아직 피어오르고
복된 땅에 많은 인연으로 흥함은 아직 막히지 않았네.
한바탕 신선세계에서 세월 보내고 있으니
사람 세상에 늦게 돌아옴을 괴이하게 생각 마시게.
배상룡 선생은 임진왜란 때 68세의 고령에 의병장으로 나서 성주성을
수복한 할아버지 배덕문裵德文(1525~1602), 경상우수사인 아버지 배설裵楔
(1551~1599) 등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여 왜군과 싸우기도 했고, 병자호란과
정묘호란 때에도 의병을 일으켜 참전하였다. 65세에 수도산으로 들어와
평생 ‘숭정처사崇禎處士’로 살았다.
배덕문 선생의 제자이자 일가인 배현복裵玄福(1552~1592) 선생도 창의
하여 왜군과 싸우다가 전사했는데, 그때 함께 항전했던 그의 딸도 포로
로 잡힌 몸이지만 왜적에게 치욕을 당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예동마을 길
가 우물에 몸을 던졌다. 성주읍 예산3리 예동노인회관 앞에 지금도 있는
‘배씨정裵氏井’이라는 우물은 그 비장하던 시절의 일들을 우리에게 전해 주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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