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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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쓰는 동안 저는 그동안 현장에
서 사찰음식을 경험하고 연구하며 신행
생활에 전념했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계
절감을 느끼고 식재료를 떠올리며 수행
아닌 것이 없음을 강조하는 스님들의 일
상을 그려 봅니다. 재가자로서 저도 그
자리에 함께하는 마음으로 수행자로서
의 일상식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찰음식
이 비건이나 채소 음식의 범주와 다르다
는 사실을 글을 통해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고자 함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진 2. 움트는 새생명.
잔풀나기 야생초
눈부신 봄날입니다. 꽃이 없는 봄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한 송이 꽃이
피려면 모진 추위와 혹독한 무더위도 이겨야 하고 가뭄과 장마도 이겨 내
야 합니다. 그런 뒤에야 화사한 꽃이나 초록의 잎으로 자신을 펼칩니다. 법
정스님께서는 이 봄날에 나는 어떤 꽃과 잎을 펼치고 있는가를 반드시 살
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법문 말미에서는 이 자리에서 미처 말하
지 못한 것들은 새로 돋아나는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통해서
듣길 바란다고 당부하십니다.
봄의 음식을 소개하자니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 어느 계절보다 소개
하고 싶은 식재료들이 많다 보니 문득 법정스님의 법문이 떠올랐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몇 가지 음식을 소개해 보지만 지극히 일부일 뿐.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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