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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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과 선불교의 만남
고형곤이 발표한 논문들은 주로 불교에 관한 것으로 국회위원을 그만둔
직후인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집중되어 있다. 「선의 존재론적
구명」(1968), 「존재 현전으로서의 자연」(1969), 「해동 조계종의 연원 및 그
조류 - 지눌과 혜심의 사상을 중심으로」(1970), 「현대사조의 전향과 선사
상」(1974), 「추사의 백파망증 15조에 대하여」(1975), 「화엄신론 연구」(1977),
「추사의 선관」(1979)이 있고, 이들 논문을 집성한 주저 『선의 세계』(1971, 1995
증보, 2005 개정)로 대한민국학술원 저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사논문이기도 한 「선의 존재론적 구명」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선불
교와 서양철학을 아우르는 독자적 연구를 수행했는데, 특히 후설의 현상
학과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선불교에 적용하는 시도를 했다. 예를 들어 「해
동 조계종의 연원 및 그 조류」에서는 원효 이래의 통불교 사상을 이어서 지
눌의 선교일치를 선양했고, 이후에는 중국, 일본과도 다른 독특한 전통으
로 계승되었다고 보고 지눌 등의 사상 내용을 서양철학의 관점에서 규명
하려 했다. 『선의 세
계』에 수록된 「선에서
본 하이데거의 존재
현전성」에도 이러한
그의 연구 성향이 잘
드러나 있다.
고형곤은 선사상을
현대 서양철학의 존
사진 3. 청송 고형곤의 『선의 세계』(운주사, 1997). 재론을 가지고,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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