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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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학교를 나온 뒤 1928년에 경성제대 예
                                    과에 입학했다. 본과는 법문학부 철학과로
                                    진학을 했고, 1933년 쉘링의 지적 직관을

                                    주제로 한 학부 논문으로 졸업했다. 이후

                                    약 2년간 동아일보에서 근무하다가 경성
                                    제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서양철학의 존재
                                    론을 공부했다. 당시는 독일에 가 있던 일

                                    본 유학생들에 의해 후설, 그리고 철학계
          사진 1: 청송 고형곤.
                                    에 혜성처럼 등장한 하이데거가 새롭게 주
          목받기 시작했는데, 경성제대 철학과에서도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강독했다고 한다.

           1937년에는 연희전문학교에 부임하여 1944년까지 철학 강의를 담당했

          다. 이 무렵 그는 키에르케고르의 저술에 탐닉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는 경성제대가 유일한 대학이었고, 1940년대 전반에는 보성, 연희, 혜화
          같은 전문학교만 있었다. 고형곤은 최고 학부를 나와 전문학교에서 교편

          을 잡은 경력에서 알 수 있듯이 당대 철학 분야를 이끈 유망한 학자였다.

          이 무렵 그가 주로 관심을 가졌던 서양 철학자는 칸트, 하르트만, 하이데
          거, 헤겔, 후설 등이었다.
           해방 후에 서울대 문리과대학 철학과의 교수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칸

          트, 헤겔 등의 독일 관념론 철학을 가르치다가 나중에는 하이데거를 주로

          강의했으며, 연구도 하이데거의 후기 사유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한 강의
          나 연구에서 선불교도 다루어졌는데, 그 성과로 1958년 「선의 존재론적 구
          명」이라는 논문을 제출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초창기 한국 철학

          계에 서양철학의 최신 조류를 소개하고, 그것을 선불교와 접목시킨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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