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P. 50
님이 주지를 맡게 된 처음이자 마지막 인연이 된다.
봉화 축서사는 고우스님과 인연이 깊었다. 처음 출가하여 김천 청암사
강원에서 공부하던 학인 시절 불교정화를 하다가 몸싸움이 났다. 그 일로
경찰이 조사를 하자 고우스님이 모든 걸 뒤집어쓰고 야반도주를 하여 발
길이 닿는 대로 가다가 머문 도량이 봉화 축서사였다. 당시 주지스님이 환
대를 해 주어 잘 쉬다가 다시 돌아가 공부하게 된 인연이 있었던 절이었다.
오늘의 축서사는 무여스님이 주지를 맡은 이후 대작불사를 하여 우리나
라에서 손꼽히는 도량으로 탈바꿈하였다. 하지만 1982년 고우스님이 주지
를 맡을 당시에는 문수산 높은 산비탈에 법당 하나에 요사채가 전부였으
니 암자나 다름이 없었다.
고우스님은 가난한 축서사 살림에 공양주를 둘 형편이 안 되어 손수 공
양을 해서 먹었다. 그렇지만 아름답고 늠름한 문수산이 포근하게 감싸면
서도 빼어난 안대案帶를 가진 도량이라 고우스님이 쉬는 데 더없이 좋은 곳
이었다. 이렇게 고우스님은 봉화 축서사로 온 뒤 2021년 입적할 때까지 봉
화를 떠나지 않았다.
도반 활성스님과 초기경전에 대하여 탁마하다
고우스님은 출가하여 강원에서 공부하고 평생 참선 수도하였으니 도반
인연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도반이 바로 활성스님이다. 활성
스님은 사단법인 고요한 소리를 만들어 초기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가르
침을 널리 전한 선구자다. 고우스님은 활성스님을 봉암사 선방에서 처음
만났다. 활성스님은 서울대를 나와서 신문사 기자를 하다 출가한 늦깎이
였다. 고우스님은 당시로선 드물게 수좌가 강원 공부를 하고 경전에도 밝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