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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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부족한 적이 없었다. 너희가 만약 조사
와 부처[祖佛]와 차별이 없음을 얻고자 한다면
다만 이렇게 보고, 의심하여 미혹하지 말고, 너
희들의 마음과 마음에 다름이 없다면 살아있는
조사[活祖]라고 칭한다. 마음에 만약 다름이 있
다면 바로 성상性相에 차별이 있지만 마음에 다
름이 없는 까닭에 성상에 차별이 없다.” 1)
사진 1. 임제의현 선사.
여기에서 말하는 고인은 당연히 마조馬祖를 의미한다. 마조가 설한 평상
심시도는 절대로 무상無常의 변역법變易法이 지배하는 일상의 마음이 아니
며 돈오頓悟한 상태에서의 이른바 평상平常의 마음임을 앞에서 언급했다.
이로부터 의현이 설하는 무의도인도 역시 이 평상심과 연계하여 해석하
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마음에 다름이 있는 까닭에 ‘성상에 차
별이 있음’이라는 구절은 명확하게 돈오를 전제한 것이라고 하겠다. 돈오
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마음에 이견異見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당
연히 ‘성상에 차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심하여 미혹하지 말라.”는 구절로부터 의현은 무엇보다도 믿
음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연히 그 믿음은 바로 학인들에게 돈
오할 수 있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겠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네가 만약
스스로 믿지 못하면 곧 망망한 대지에서 일체의 경계를 돌아서 바뀌게[回
換] 되며, 다른 모든 경계에 회환되어 버리기 때문에 자유를 얻지 못하게
1) [唐]慧然集, 『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大正藏47, 499c), “古人云: 平常心是道. 大德! 覓什麽物? 現今現今目
前聽法無依道人, 歷歷地分明, 未曾欠少. 爾若欲得與祖佛不別, 但如是見, 不用疑誤, 爾心心不異, 名之
活祖. 心若有異, 則性相別; 心不異故, 卽性相不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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