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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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문제로 삼은 것에 대한 해답이기에 ‘고귀한’ 진리이다. 붓다는 생로병사
             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졌고, 이에 대한 해답으로 제
             시하고 있는 것이 사성제이다.

               ‘성자의’로 번역할 경우 사성제는 성자에게만 진리인 것이 된다. 범부에

             게는 진리가 아니지만 성자에게는 진리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사
             성제의 첫 번째인 고성제에서부터 나온다. 고苦, 즉 괴로움이라는 진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괴로움이라는 상태 자체는 ‘고귀한’ 것

             이 아니므로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에 대해서는 ‘고귀한’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성자의 관점에서 보면 괴로움은 ‘진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苦와 집集은 고귀한 진리는 못 되지만 성자의 진리는 된다는 것
             이다. 다만 성자의 관점에서 진리라는 것이다.

               사성제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정도로 중요한 진리는 첫 번째 진리인 고

             성제이다. 고성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따라서 나머지 성제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다. 사성제를 온전히 쓰면 고성제苦聖諦, 고집성제苦集聖諦,
             고집멸성제苦集滅聖諦, 고집멸도성제苦集滅道聖諦 즉 괴로움이라는 고귀한

             또는 성자의 진리,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고귀한 또는 성자의 진리, 괴로움

             의 원인의 소멸이라는 고귀한 또는 성자의 진리, 괴로움의 원인의 소멸의
             방법이라는 고귀한 또는 성자의 진리가 된다. 단순히 고성제, 집성제, 멸
             성제, 도성제가 아니라 ‘고’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나머지

             세 가지 성제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어원적으로 보면 ‘고苦(dukkha)’의 ‘√du’는 아직도 영어 ‘dull’, 독일어의
             ‘dunkel’에 남아 있다. 어원에서 ‘고’는 ‘바퀴가 제대로 깎이지 않아서 삐
             꺽삐꺽하는 상태’를 말한다. 바퀴가 둥글게 잘 깎이면 두 바퀴가 부드럽

             게 잘 돌아갈텐데, 한쪽이라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수레가 잘 굴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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