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23년 4월호 Vol.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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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승의 견처見處를 요약한다면 부처도 중생도 없고 고금도 없다.
얻은 자는 바로 얻어 시절을 거치지 않는다. 닦음도 증득도 없고
[無修無證], 득실得失도 없어 모든 때 가운데 다시 다른 법이 없다.” 10)
“제방諸方에서는 ‘도道가 있어 닦을 수 있고, 법이 있어 증득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네가 어떤 법을 증득하고 어떤 도를 닦는다고 말
하는가? 네가 지금 사용하는 곳은 어떠한 점이 부족한가? 어느 곳
을 보수補修할 것인가?” 11)
이로부터 명확하게 의현도 무수무증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하겠다.
사실상 이러한 입장은 『임제어록』의 여러 곳에 언급되고 있는데 돈오의 견
지에서 본래현성을 인정한다면 당연한 사상적 귀결이라 하겠다.
가불매조呵佛罵祖의 선풍
의현의 선풍 가운데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하는 이른바 ‘가불매조’의
경향이 보인다. 『임제어록』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십지보살十地菩薩의 만심滿心은 마치 객작아客作兒[천한 하인을 의미하
며, 욕할 때 쓰는 용어]와 같고, 등묘等妙 이각二覺의 보살들은 칼과 고
랑을 찬 작자들이며, 나한羅漢, 벽지辟支는 뒷간의 똥과 같고, 보
10) 앞의 책(大正藏47, 498b), “約山僧見處, 無佛無衆生, 無古無今. 得者便得, 不歷時節. 無修無證, 無得無失,
一切時中, 更無別法.”
11) 앞의 책(大正藏47, 499c), “諸方說有道可修, 有法可證. 你說證何法, 修何道? 你今用處, 欠少什麽物? 修
補何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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