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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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수도암 관음전.
는 곳으로 해줄 것을 소원하였는데, 이때부터 청암사는 왕실과 밀접한 인
연을 맺게 되어 번창하게 되었다. 인현왕후는 1701년 35세에 병으로 요절
하고 말았다.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도 왕실에서는 불교를 믿었고, 특히 왕실의 여성
들은 유학보다는 불교에 열심이었다. 그래서 ‘왕실불교王室佛敎’라는 말도
생겼다. 물론 이 왕실불교가 불경을 연구하며 불법의 진정한 내용이 무엇
인지를 탐구하고 진심으로 중생을 널리 구제하려는 것은 아니었고, 시주
를 하고 왕실의 안녕과 복을 비는 것이었다. 아무튼 인현왕후와의 인연으
로 불령산은 국가보호림으로 지정되었고, 조선시대 말기까지 상궁들이 내
려와 불공을 드리고 시주하기도 했다.
이처럼 피를 뿌리며 서로 죽이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현왕후가 청
암사에 내려와 있다가 궁으로 올라갔는데, 불교를 공부하는 승가대학이 있
는 청암사에서 인현황후를 부각시키고 있는 모습이 다소 의아스럽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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