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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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선국사의 창건설화가 전해지는 수도암
청암사에서 나와 ‘평촌2길’을 따라 성주 쪽으로 가다가 ‘수도길’로 접어
들어 산 속으로 올라가면 수도산 정상을 지척에 두고 수도암이 있다. 청암
사에 속한 암자인 수도암은 멀리 가야산을 바라보고 있는 수도산에 이렇
게 들어앉아 있다. 사찰의 규모는 크지 않으나 깊은 산골에 자리 잡고 있
고 수도승들이 수도하는 곳이라 그런지 고즈넉하면서 구법 정진하는 사찰
의 기운을 잘 간직하고 있다.
859년(헌안왕 3)에 도선국사는 청암사를 창건한 뒤에 수도처로 이 터를
발견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7일 동안 춤을 추었다는 전설과 함께 그
가 이곳에 수도암을 창건하였다고 전한다. 그 뒤 이 절은 수도승들의 참선
도량으로 그 이름을 떨쳤으나 6·25전쟁 때 전소되었고, 최근에 크게 중
창하였다. 가을 단풍이 온 산을 붉게 태우고 있는 시간에 펼쳐지는 수도암
의 풍광은 말로 표현하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란다. 와서 보는 수밖에 없다.
온 산 가득한 단풍 속에 일순간 깨쳐 끝내 버리는 곳이다. 만산홍엽각료
처滿山紅葉覺了處!(사진 3).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자그마한 수도처였지만 지금은 사역을 넓히고 찾
아오는 신도들이 묵을 공간도 만드는 바람에 커져 버렸다. 높은 계단을 올
라 사역으로 들어간다. 앞에 「수도암修道庵」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봉황
루鳳凰樓를 지나면 관음전觀音殿의 앞마당으로 들어선다(사진 4). 인적이 없
는 텅 빈 마당이 사람으로 하여금 한참이나 서 있게 만든다. 주위에 당우
들이 있는데도 아무것도 없는 듯이 보인다. 마당을 싹 쓸어놓아서 그런지
아니면 높은 계단으로 올라가야 비로소 시선을 끄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이나
약광전藥光殿과 같은 전각들이 보이지 않아 그런지 모르겠다. 어쩌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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