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1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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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감동 지나서 부암동釜岩洞이라고 하는 산 밑에 있는 선암사仙岩寺를 갔습
니다. 19살 때인 1951년입니다. 음력으로 7월 백중날이니까 8월 하순쯤 되
겠지요. 당감동 지나 산길 2km쯤 가면 절이 있는데 큰 아름드리 노송이
산에 가득했어요. 낮에도 산길은 어두컴컴해서 심약한 사람은 겁이 날 형
편이였지요. 걸어서 선암사에 들어갔어요.
그때 선암사 선방이 ‘소림선원少林禪院’이라고 그랬어요. 전쟁이 일어나
자 전국의 수좌스님네들이나 혹은 선방 조실스님들까지도 거의 피난 내려
와 있었어요. 당시 부산에 스님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어요. 범
어사 동산스님 계시는 청풍당에 있는 선방하고 여기 소림선원, 금정사 그
리고 수좌스님들이 왔다 갔다 하는 거점이 영도에 아~ 이름이 생각 안 나
네요. 보살님이 세운 절인데 수좌는 누구든지 며칠 쉬고 밥 얻어먹고 머물
수 있었어요.
대선지식 향곡스님
나는 뭣도 모르고 노보살님 따라 선
암사를 갔더니 마침 백중날이라 신도
들 5~6백 명이 절에 가득해요. 법당은
한 70평 정도였어요. 그러니까 법당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마당에 덕석
을 깔고 위에 텐트를 치고 있더군요. 나
는 간신히 법당에 들어가 구석 기둥 옆
에 딱 앉았지요. 생전 처음 보는, 도대
체 뭣이 어떻게 돌아가나 하고 호기심 사진 5. 향곡스님(196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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