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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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철학과 사상, 문화와 종교, 문학 등 여러 영역에서 고유성을 형성해
왔고 한민족의 정신이자 생활로서 희로애락을 함께해 왔다고 하며 그 역
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한국사의 한 부분으로 한국불교사를 정리하
고 그 가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불교는 민족의 자주와
긍지를 불러일으키며, 한국의 문화이자 민족의 생활이다. 한국불교사 연
구는 우리 역사를 올바로 알기 위한 것이다.”라고 하여 연구의 의의와 목
적을 기술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특질에 대해서는 호국신앙과 현세 이익, 불국토와 현실 정
토, 서민의 생활불교를 통해 민족문화를 창조해 왔다고 정리했다. 교학에
서도 총화불교, 통불교를 건설하여 불타와 대승의 이상을 실현했다고 높
이 평가했다. 조선시대의 경우에도 억불의 분위기 속에서 호국사상을 실
천하며 국난 구제에 앞장섰음을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억불정책과 교단의
변화, 왕실의 숭불과 신앙, 문파와 선의 법맥, 조선 후기 불교계의 동향 등
을 다루었다. 이처럼 이 책은 한국불교의 상을 다채롭게 그렸고, 이후 연
구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우정상은 무엇보다 조선시대 불교 연구의 길을 개척한 선구적 학자였
다. 『조선전기 불교사상 연구』는 청허휴정의 생애와 선과 교에 대한 인식,
주저인 『선가귀감』의 간행 유포, 임진왜란 당시 의승군의 활동에 초점을 둔
호국사상, 그리고 남·북한산성 승군의 운용 등에 관한 논문들로 구성되
어 있다. 그는 휴정이 선과 교가 다르지 않다는 선교관을 확립하고 이를 사
상적으로 통일함으로써 불교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높이 평하였다. 그러
면서 원효 이후 의천, 지눌 등을 거쳐 이어져 내려온 선과 교의 통합적 전
개를 완성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선가귀감』의 간행과 유통에 관한 논
문에서는 저술의 동기와 내용, 현존 판본을 중심으로 한 간행 문제, 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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