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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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동기로 해서 구성된 것이며, 공사상의
허무주의 경향을 극복하려는 운동이었다.
그런 면에서 유식불교와 웅십력 사상은
완전히 배치되는 것만은 아니다.
유식불교란 무엇인가? 세친은 “대승에
서는 ‘세 현상 세계[三界]가 오직 식識일 뿐
이다.’라고 주장한다. 유식의 ‘오직[唯]’이
라는 말은 대상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한
사진 1. 웅십력熊十力(1885~1968).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다만 표상일 뿐이
다.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 존재하는 것과
유사하게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눈병이 난 사람에게 실제로는 없는 머
리카락이나 달 등이 보이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투영된 표상
만 있고 그것에 대응하는 외부 사물의 실재를 부정하는 ‘유식무경唯識無境’
이라는 명제는 유식사상의 근본 입장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선정 체험에서 떠오르는 대상이 마음의 투영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일
상생활에서 우리의 인식 내용도 외부 대상의 존재와 무관한 마음의 투영
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평상시의 인식도 선정을 닦는 때의 인
식과 본질에 있어서는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유식불교는 결국 “사람의 한
평생이 한바탕 꿈이다.”라는 생각을 철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보아도
좋다. 사람이 일생 동안 살면서 겪는 감각 경험, 외부 대상세계와 그것을
경험하는 나라고 하는 자아, 이 모든 것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한다
고 여겨지는 스크린 상의 영상과 같은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유식불교의 목적은 이렇게 외부 대상과 주관적인 내가 실재한다고 보는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아집我執과 법집法執을 깨뜨려서 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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