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9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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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과 번역자, 일본으로의 전래 문제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조선전기 불교사상 연구』의 저자 서문은 우정상이 생전에 기획한 『조선
불교사』의 서언을 가져다가 붙인 것으로 1966년 5월에 쓴 글이다. 그는 이
서문에서 교학사상에 대해서는 비교적 간략히 서술하고 미술, 문학 등 특
수 분야는 다루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원래 구상했던 『조선불교사』의 목
차가 왕대별 불교 정책, 종파 통합과 사원경제의 성쇠, 간경과 역경, 호국
활동, 대외교류, 국행 법회, 그리고 외래 종교와의 관계, 사원의 고유한 풍
속과 일반사회에 미친 영향 등이었음을 볼 수 있다.
우정상은 조선을 ‘배불정책으로 일관된 법난의 시대’라고 규정하고, 정
치적 억불은 고려 말부터 유교를 높이면서 일어난 배불론의 결과이며, 당
시 불교도들은 의욕을 잃고 특별한 대책이나 반항 없이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조선시대에도 불교의 근본 자세는 변하지 않
았고 한국불교의 특징이 정립되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한 가지 더 주목되는 것은 조선시대 불교사를 임진왜란이 일어난 선조
대를 분기점으로 하여 전기와 후기로 나누었고 그 근거로 통일불교와 호
국불교를 든 점이다. 이러한 시기 구분은 선조대 청허휴정의 활동을 통해
불교사상과 문화의 복합적 전통이 계승되고 교단의 존립 기반이 구축된 점
에 착안한 것이었다. 특히 선과 교, 염불을 함께 닦는 사상과 수행의 체계
화와 통일성을 휴정의 업적으로 들었고, 또 의승군을 비롯한 호국불교의
전통을 한국불교의 특징으로 내세운 것은 이후 연구에 많은 시사점을 주
었다. 한국불교사 전체를 통관하는 그의 역사 인식과 조선시대 불교사를
새롭게 바라본 그의 안목은 높은 학술사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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