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2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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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웅십력이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20년대 북경대학교 교수들.


          이공我法二空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성유식론』에서는 ‘나’와 ‘외부 대상’은 “단

          지 거짓으로 세워져 있고, 실제로 자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나’
          와 ‘외부 대상’은 모두 “식의 전변에 의해서 거짓으로 시설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식불교에서 대상의 세계는 ‘식識으로서의 존재’, 또는 ‘식識 안

          에 있는 존재’가 된다. 따라서 문자 그대로 ‘오직 식만 존재한다[唯識]’는 말

          이 성립하게 된다.
           이렇게 마음을 중시하는 정점에 위치한 유식불교는 사회의 변화를 ‘개인
          의 주체적 자각’에서 찾아보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고, 이것

          이 바로 중국 근대시기에 불교 부흥운동이 일어나게 된 내적 원인 중의 하

          나라고 볼 수 있다. 웅십력이 처음에 유식불교에 몰입하였던 것도 바로 마
          음을 정화하여 개인의 주체적 자각을 고양시키려는 의도였음이 분명하다.
           웅십력은 유식사상의 근본 입장인 ‘유식무경唯識無境’을 그대로 받아들인

          다. 그러나 이때 강조점이 약간 다르다. 유식불교에서는 객관세계란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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