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4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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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객관세계가 주관
적인 마음에 종속되었다고 해서 마음을 실재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유식불교의 종자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유식불교 비판 1: 본체와 현상의 분리(종자계와 현행계)
웅십력이 유식불교를 비판하는 핵심은 유식불교의 종
자설로 인해서 종자種子와 현행現行이 일치하지 않고 완
전히 이분되었다는 점에 있다. 종자계와 현행계를 이분
한다는 것은 세계를 이루는 근원인 본체와 현상세계를
분리하는 것이고, 이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세계 너
머에 또 다른 본체세계를 상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
는 종교적인 신神 이론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웅십력
의 생각이었다. 이것은 서양 형이상학의 초월적인 본체
사진 4. 웅십력의 주저 『신유
식론』 대만판.
론에 대한 비판을 함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착학파의 최대의 오류는 종자계와 현행계를 두 개의 세계로 완
전히 이분한 것이다. 숨겨져 있는 것[隱]과 드러난 것[現]을 낳는 것
[能]과 낳아진 것[所]이라고 나누어서 따로이 두 세계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비판은 유식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것인만큼, 유식
불교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라고 할 만하다.
웅십력이 보기에 유식불교는 종자를 본체로 상정함으로써 본체계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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