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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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앎의 끝을 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것의 원인을 알 때, 결
             과의 원인을 알 때, 우리는 ‘알았

             다’라고 한다. 모든 존재들 간

             의 인과 관계를 알게 된 붓다는
             앎의 끝에 도달한 것이다. 더
             이상 알아야 할 것이 없게 되

             고, 그 앎은 마무리된다. 붓다

             는 자신을 포함한 중생과 관련
             된 모든 앎을 마쳤던 것이다.
                                           사진 1. 그날 밤 이곳에서 저 별과 함께.
               숙명지와  천안지에서  보면
             붓다가 깨달음으로 나아가게 되는 순간은 연기가 바탕이 되는 앎을 알았

             을 때이다. 어떤 사건의 연기적 원인을 알았을 때 비로소 그것을 ‘알았다’
             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앎의 연기적 원인을 추적하는 것은 단순히
             이번 생이 아니라 과거 생까지 나아가게 된다. 이렇게 될 때 분명한 앎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앎이 분명해질 때, 팔정도의 관점에서 보면 첫 번

             째인 정견正見이 해결되어야 나머지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여덟 가
             지가 상호 증장하는 구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가 첫 번째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붓다는 깨달음을 이루는 그날 밤 팔정도의 첫

             번째인 앎을 남김없이 알아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새벽녘에 붓다는 더 이상 알 것이 없어진다. 모든 것이 명확
             해진다. 어둠[無明]에서 밝음[明]으로 나아가게 되고, 미세한 모든 번뇌의
             원인까지 알게 된다. 번뇌의 원인을 알게 되면 결과로서의 번뇌가 풀리게

             [漏盡智] 되고, 녹아내리게 된다. 붓다는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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