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P. 70
식識과 함께하는 행行이 명明과 결합될 때는 괴로움의 소멸로 나아간다. 무
명행식無明行識인지 명행식明行識인지에 따라서 괴로움으로 나아갈 수도 괴
로움의 소멸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무명無明이 핵심이 된다. 무
명이 십이연기의 첫 번째 각지各支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자기원인적인 것
은 아니다. 붓다의 경우에는 괴로움의 소멸이 목표였기 때문에 무명을 없
애면 괴로움이 소멸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무명에서 연기의 과정을 멈
추게 된 것이다.
붓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그날 초저녁에 자신의 전생을 분명하게 알게
되는 숙명지宿命智를 이루게 된다. 자신의 오래 전 삶의 모습[宿命]을 알게
된다. 이를 통해서 붓다는 자신이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했던 것을 보게 된
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심리치료적 함의가 있다. 내가 모든 존재였을 가능
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존재에 대해서 수용적 태도를 취하게 된
다. 저 모습이 나의 모습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단죄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고 수용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다음으로 지금의 이 모습
이 나의 모습의 전부라는 생각이 옅어지게 된다. 내가 수없는 생 동안 다
양한 존재였기에 지금의 ‘나’라고 할 만큼 존재가 지속된 것이 아니라, 다
양한 존재의 모습을 취하였기에 ‘무아’라는 의식이 자연스럽게 고취될 것
이다. 즉 타인과 자신에 대해서 수용과 무아라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
붓다가 깨달은 날 한밤에는 모든 존재의 전생과 현재의 마음을 보게 된
다. 자신의 전생을 모두 보게 된 붓다는 그 능력을 돌려 모든 중생의 전생
을 보게 된다. 모든 중생의 전생을 보게 됨으로 인해서 그들 사이의 모든
연기적 관계가 붓다에게 드러나게 된다. 누가 누구의 부모이고, 이 원한의
원인이 무엇인지 등 모든 연기 관계를 알게 된다. 천안지天眼智로 인해서
붓다는 모든 존재들 간의 연기 관계를 알게 된다. 그로 인해 붓다는 자신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