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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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모
를 정도로 분주하고 바쁘게 살
고 있던 저에게 스님은 ‘담락湛
樂’이라는 메시지를 안겨 주셨
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평화
롭고 화락하게 즐기다’입니다
만 이렇게만 정의 내리기엔 아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느낌을 잘 살려 해석
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님께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기억합니다.
제가 어릴 적에 할머니께서
밭에 콩을 심을 때는 한 구덩이 사진 3. 밥상을 들고 나오시는 스님.
에 콩알을 3개씩 심어서 하나
는 땅속 벌레들이 먹게 하고, 하나는 새와 짐승들이 먹게 하고, 나머지 한
알만 사람의 몫이라 생각하고 심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할머니의 이 말씀이 굉장히 가슴에 와닿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리고 들에서 새참을 드시면서도 한 번도 그냥 드시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
다. “고시레~” 라고 외치시며 밥 한 숟가락을 떠서 주변으로 휙 던져 주시며
공존의 철학을 배우게 해 주셨습니다.
까치밥을 남기는 풍습도 마찬가지겠지요. 자연과 내가 둘이 아님을 일
깨워 주고 공존하며 살아야 할 동반자로 여겼던 것입니다. 어릴 적 할머니
께서 해 주셨던 말씀을 스님께 다시 듣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선농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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