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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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붉고 영롱한 앵두.



             가고 계시는 스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나를 만나러 가는 길처럼 조금은 색다른 설렘을
             느낄 수 있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곡산방 자연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
             을 수 있었습니다. 미리 불려 놓은 콩으로 밥을 지으시고 반찬을 만드시는

             동안 저는 도량에 핀 어여쁜 제비꽃을 따서 고명으로 올렸습니다. 더덕순

             의 맛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만큼 향기롭고 싱그러웠습니다. 스님의 똥
             지게에서 짐작하였듯이 자연의 선순환은 이토록 위대하고 아름답습니다.



                  오월 오일 단오날에 빛깔이 산뜻하다

                  오이밭에 첫물 따니 이슬이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 볕에 눈부시다
                  목 맺힌 영계소리 연습삼아 자주 운다

                  시골 아녀자들아 그네는 뛴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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