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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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스님이 만들어 주신 반찬.



          삶 속에서 마음밭을 일구며 겸손하게 살아가시는 모습 속에는 저희 할머

          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고, 부모님의 모습도 뒤섞여 스쳐갔습니다.


              자루엔 쌀 석 되

              화로가엔 땔나무 한 단

              밤비 부슬부슬 내리는 초막에서
              두 다리 한가로이 뻗고 있네.



           양관선사의 시가 공양간 살강 위에 단정한 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욕

          심은 부리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이라는 말씀과 함께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야 함을 강조하시며, 남새밭에 돋아난 더덕순과 돈나물, 그리고 알맞
          게 자란 엄나무순으로 점심 공양을 차려 주셨습니다. 해우소 가는 길에 똥

          지게에서도, 공양간 살강 위에 짧은 글 속에서도, 담담하고 소박하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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