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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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탕醍醐湯 만들기


           최영년의 ‘제호탕’이라는 한시 한 수를 읊어 봅니다.




              연년척서태의방 年年滌暑太醫方
              백련오매백밀탕 百煉烏梅白蜜湯

              배사궁은여관정 拜賜宮恩如灌頂
              선향불양오운장 仙香不讓五雲漿



              해마다 더위를 씻어주는 어의의 처방
              오매와 좋은 꿀을 백번 달여 만든 탕

              절하며 받은 임금님의 은혜가

              정수리에 물을 부은 듯하고
              묘한 향기는 좋은 술에 뒤지지 않는다.



           제호탕은 더운 여름에 마셨던 전통 청량음료입니다. 불가에서의 제호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경지라는 말로 풀이합니다. 제호醍
          醐라는 것은 우유의 발효 중에서도 수차례 정제과정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정수를 말하기도 합니다. 제호를 머리에 끼얹는다는 ‘제호관정醍醐灌
          頂’은 불가에서 숭고한 깨달음의 경지를 의미합니다. 글자 그대로 ‘제호를

          정수리에 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리의 말씀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뜻하는 말입니다. 더위 먹지 않도록 제호탕을 마셨고, 더위를 먹어
          서 제호탕을 마셨습니다. 식욕부진과 원기회복에 제호탕만큼 효능이 좋은

          것은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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