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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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명견고현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중국 관아의 재판정.


             두 가지의 측면에서 비춤의 본질을 발휘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
             는 거꾸로 비추기다. 사람이 거울에 다가가면 거울은 거꾸로 된 영상을 보
             여주었다. 상하가 뒤바뀐 영상! 그렇게 상하좌우의 질서가 무효가 되는 시

             점에 서 있는 이 거울은 존재의 비절대성을 웅변한다. 왕후장상과 평민노

             비가 비절대적이고, 영웅호걸과 필부필부가 비절대적이다. 봉건제로 지칭
             되는 귀족과 호족정치의 견고한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중앙집권적 군
             현제가 대두하던 시대에 대한 절묘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이 거울의 마법성은 다른 곳에 있었다. 사람들이 가슴을 문

             지르면서 이 거울 앞에 서면 그 내장 기관이 남김없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두 번째 특징이다. 이것을 이용해 진시황은 신하들의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쓸개가 큰 사람이나 심장이 빨리 뛰는 사람을 적발하여 축출하

             거나 형벌에 처했다. 쓸개가 커서 대담한 사람은 반역자가 되기 쉽고,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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