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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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빨리 뛰는 사람은 무엇인가 속이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에서
          였다.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쓸개가 작아 겁이 많

          은 사람은 심장이 빨리 뛸 것이고, 심장이 천천히 뛰는 사람은 쓸개가 컸

          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진시황의 황궁과 조정은 어마어마한
          공포 분위기에 지배되어 있었다. 그에 따라 황제의 뜻이 걸림 없이 구현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어쩌면 신하들의 마음을 읽는 신통을 과시했던 궁

          예의 관심법觀心法도 여기에서 착안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울 같은 부처의 지혜




           그런데 진시황의 마법 거울을 불교적으로 독해하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된
          다. 불교에도 이 마법 거울과 같은 지혜의 거울이 있다. 부처의 자리에 나
          타나는 거울, 즉 대원경지大圓鏡智가 그것이다. 이 거울은 진시황의 거울이

          그랬던 것처럼 거꾸로 된 영상을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바를 거꾸러뜨린

          다. 사람들은 영원을 기약하지만 이 거울은 모든 존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생멸의 흐름에 떠밀려가고 있다는 것[無常]을 보여준다.
           모든 일이 뜻대로 되기를 기대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항상 불만족을 초

          래하는 현장이라는 것[苦]을 알게 한다. 자아를 절대적 실체라고 고집하지

          만 모든 것은 조건에 의해 규정되는 상대적 존재라는 점[無我]을 드러낸다.
          이 거울 앞에서 우리는 자아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내려놓고 실상을 마주
          하게 된다.

           또한 이 거울은 내면을 비추어 숨은 자아를 박멸한다. 사람들은 혹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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