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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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알리는 표지이기 때문이다. 원래 묘관찰지와 평등성지는 보살의 지
          위에서 나타나 점차적으로 성숙되어 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 성숙의 정도
          에 따라 하품(견도위), 중품(수도위), 상품(구경위)으로 급을 나누기도 한다. 점

          수적이다. 이에 비해 대원경지는 부처에게만 나타나는 지혜이다. 그것은

          제8아뢰야식의 마지막 티끌이 떨어지는 순간 ‘갑자기 완전하게[頓]’ 나타
          난다. 한번 나타나면 사라지는 일도 없고 더 고급으로 승화되는 일도 없
          다. 성철스님이 강조하는 돈오돈수의 특징이 완전하게 드러나는 경계이

          다. 『선문정로』에서 네 가지의 부처 지혜를 함께 다루지 않고 오직 대원경

          지만을 들어 깨달음의 차원을 설한 것은 그 때문이다.


            위산스님의 거울 같은 지혜




           사실 성철스님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원경지는 깨달음을 표현하는
                                       선종의 관용어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설봉스님은 “나에게 옛 거울이

                                       하나 있는데 오랑캐가 오면 오랑캐를 비

                                       추고 중원 사람이 오면 중원 사람을 비춘
                                       다.”고 했다. 본래 갖춘 대원경지가 완전
                                       하게 드러난 경계의 묘사이다. 2006년

                                       판 『선문정로』의 제목이 『옛 거울을 부수

                                       고 오너라』였는데, 이 ‘옛 거울’ 역시 설
                                       봉스님의 대원경지를 가리키는 말에서
                                       따온 것이었다.
          사진 2.  성철 스님의 책 『옛 거울을 부수
              고 오너라』(장경각, 2006)의 표지.     위산스님은 아예 대원경지가 선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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