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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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고려하여 성철스님은 대원경지에 대한 위산스님의 선언을 든든한 배
경으로 삼아 돈오돈수가 선문의 종지임을 거듭 주장한 것이다.
위산스님은 대원경지에 세 가지의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세 가지란 무
엇인가? 첫째는 생각의 소멸이다. 집착으로 인한 내적 번뇌가 완전히 사
라질 때 대원경지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둘째는 모양의 소멸이다. 외적 경
계에 의한 동요가 소멸할 때 대원경지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셋째는 미세
한 흐름의 소멸이다. 제8아뢰야식의 장애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이다. 원
래 제8아뢰야식의 장애는 미세하여 감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세한 흐름
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작용이 미세하기 때문에 장애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번뇌의 강을 있게 하는 원천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천
이 남아 있는 한 번뇌의 강물은 다시 범람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불교에서는 한 생각 가운데 90찰나가 있고, 한 찰나에 900번의 생멸이 일
어난다고 말한다. 아뢰야식의 미세한 물방울들이 남아 있는 한 생멸과 윤
회의 바퀴는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위산스님은 대원경지의 세 가지 특징 중 특히 아뢰
야식의 미세한 장애가 소멸했는지를 가지고 제자들의 공부를 점검했다. 선
가 어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한다.
위산이 앙산에게 물었다. “너는 의식에 미세한 흐름이 일어나지 않은
지 몇 년쯤 되는가?” 앙산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스님에
게 그것이 일어나지 않은 지는 몇 년이 되는지요?” 위산이 대답했다. “
나는 그것이 일어나지 않은 지 벌써 7년이 되었구나.” 위산이 재차 물
었다. “너는 어떠냐?” 앙산이 대답했다. “저는 한참 시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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