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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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위산영우潙山靈祐(771~853) 선사. 사진 4. 앙산혜적仰山慧寂(803~887) 선사.
성철스님은 평소에 현묘한 선문답 대신 숙면시에 선정이 여전한지를 가
지고 학인들을 점검하였다. 오늘날은 물론 당시에 있어서도 다들 그것을
숨 막히는 엄격한 조건이라고 했지만 위산스님에 비하면 그래도 너그러운
편이다. 성철스님이 점검한 숙면일여는 멸진정의 차원이다. 그것은 아직
미세한 흐름이 해소되지 않은 아뢰야식 차원의 선정이다. 그래서 성철스
님은 이것이 통과지점이지 도착지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던 것이
다. 워낙 숙면일여의 멸진정에 도달한 사람이 드물어 그것을 점검 항목으
로 삼기는 했지만 그 위험성을 강조하여 ‘제8마계’라는 용어를 거듭 사용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용한 무심에 매료되어 그 차원에 머문다면 ‘제8마
계’의 ‘마구니’로 살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아뢰야식의 미세한 흐름을 시끄럽게 감지할 수 있었던 앙산
스님은 금강유정의 선정 속에 있었다. 그것은 등각의 지위에서 부처의 지
위에 진입하기 직전의 삼매였다. 그리고 그러한 앙산스님을 점검했던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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