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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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는 그 사람의 견해가 얼마나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
          나의 시금석이다. 견해가 확립되어 있는 상태와 아직 미확립인 상태를 불
          교는 성인과 범부로 구분한다. 견해가 확립되어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것이 성인의 첫 단계인 예류과의 징표인 것이다. 그러기에 팔정도의 첫 번

          째로 정견이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정견을 중심으로 정견이 내재된 사유
          에서 관계까지의 행렬이 있고, 정견을 계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정진에
          서 정까지의 행렬이 있다. 견해를 계발하는 차원과 견해가 발현되는 차원

          이 있다. 팔정도는 견을 중심으로 하는 이 두 가지 행렬을 방법론으로, 멸

          이라는 목표를 성취하도록 한다.
           사유·어·업·명은 단순히 지켜야 할 계를 넘어서 서구의 심리치료적
          요소를 포괄한다. 정사유에서는 올바른 사유방식과 연관된 인지치료적 요

          소가 포함되어 있고, 또한 무탐, 무진, 무해의 관점에서 볼 때는 정서치료

          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어는 언어, 대화와 연관된 언어치료적 요소가 포
          함되어 있다. 업은 전형적인 행동치료라고 할 수 있고, 명은 관계치료적 요
          소를 가지고 있다. 사유·어·업·명에 서구의 심리치료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면, 정진·념·정은 불교 고유의 심리치료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노력의 계발, 알아차림의 계발, 집중의 계발은 불교 고유의 심리치료 방
          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팔정도는 서구 심리치료의 불교적 가능근거와 불
          교 심리치료의 독자적 가능근거를 동시에 보여준다. 또한 팔정도는 서구

          의 심리치료적 요소와 불교의 심리치료적 요소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방

          법론의 저수지라고 할 수 있다. 팔정도를 제외한 삼십칠조도품의 모든 방
          법론의 물줄기는 팔정도라는 저수지로 흘러들어 온다. 이후의 모든 방법
          론은 팔정도에서 흘러나가게 된다. 견해를 중심으로 서구 심리치료와 불

          교 심리치료가 만나고 있는 곳이 팔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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