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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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고방식과 의도가 정립된다. 무아이고 연기이기 때문에 탐욕이 없
             고 악의가 없는 방식으로 생각을 하고 의도를 낸다는 것이다. 정사유正思
             惟는 정견을 사유와 의도의 영역에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견해가 벼

             리의 역할을 한다면 각론의 첫 번째가 사유이고, 두 번째부터는 순서대로

             어업명語業命이 된다. 정견에 기초한 정어, 정업, 정명이 된다.
               정어正語는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이 십업十業으로 확장될 때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다. 망어, 양설, 악구, 기어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말이 된다. 속이는 말, 이간질하는 말, 거친 말, 쓸

             모없는 말을 하지 않고 사실에 부합하는 말을 하고, 화합하는 말을 하고,
             부드러운 말을 하고, 쓸모있는 말을 하는 것이다.
               호흡이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듯이, 말 또한 몸과 마음을 연결

             하는 지점이 된다. 말은 입이라는 발성기관을 통해서 소리로 나오지만 견

             해를 담고 있다. 말은 몸과 마음의 협업 하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말은
             실재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말은 항상 모든 존
             재를 고정화시키는 특징을 가지기 때문에 실재를 표현하지 못한다. 말은

             실재를 파악하는 데 한계를 가지기 때문에 개구즉착開口卽錯, 불립문자不立

             文字와 같은 용어가 따라다닌다. 그러나 말은 진동을 만들어 내고, 심상을
             만들어 내고, 행동을 만들어 낸다. 말이 실재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대
             신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기능을 한다.

               즉 말은 데이터를 축적하는 획기적인 장치이다. 말을 통해서 기억의 형

             태로 데이터가 축적되어 문명이 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억된 데이터
             가 실재를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문명의 파괴의 가능성 자체도 내포하고
             있다. 말은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실재를 표현하지

             못하지만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기능을 하고, 문명을 만들어 내지만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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