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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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단경지침』도 쉽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하여 성
철스님과 법에 대한 견해가 같음을 확인하였다.
그래서 다음 날 성철스님을 다시 찾아뵙고 『단경지침』을 다 보았고 별 의
문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성철스님이 흡족해 하시고는 환하
게 웃으시면서 “수좌들이 선종사상을 바로 알고 참선해야지 아무 것도 모
르고 참선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다시 하셨다.
이런 말씀으로 볼 때 성철스님께서 “참선하는 수행자는 책 보지 말라.”고
했다는 말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 성철스님이야말로 누구보다 경전과 조
사어록을 중요시한 분이다. 성철스님 개인 도서관인 장경각을 보면 스님
중에서는 최고의 장서가라 할 수 있고, <선림고경총서> 한글 번역을 지시
하신 것을 보아도 잘 알 수가 있다. 다만, “결제 중에 수좌들이 책이나 신
문 잡지를 보지 말라.”고 한 말이 오해를 낳은 것이다.
성철스님과 문답 일화 하나
그때 고우스님은 평소 가지고 있던 궁금한 것을 성철스님에게 한번 물
었다.
“스님, 『육조단경』에 보면 육조스님이 문자를 알지 못한 나무꾼 출신이
고, 8개월간의 행자 생활 끝에 『금강경』을 듣고 깨쳤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무식한 분이 별 공부도 없이 빨리 깨칠 수 있었는지요?”
그랬더니 성철스님께서 반색하면서 이렇게 답했다.
“그게 말이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육조스님 같
은 경우는 워낙 전생부터 공부가 깊었던 분이라고 봐야지 금생 공부 인연
으로만 볼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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