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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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1987년 해인사 선화자법회에 함께 한 성철스님과 서암스님(왼쪽부터 일타스님, 서
암스님, 성철스님, 혜암스님, 법전스님).
하거나 싫은 소리를 하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바닥을 탁 치시고
는 아무 말이 없으시니 고우스님은 좀 당혹스러웠다. 노장의 안색을 살피
니 굳어 있었다. 더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라 고우스님은 인사를 드
리고 조실채를 나왔다.
그 후 스님은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노장이 성철스님과 공부에 대
한 견해 차이 때문에 그러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암스님은 돈오점수 공
부를 하고 계셨기에 제자, 도반같이 생각한 고우스님이 돈오돈수하는 성
철스님에게 『단경지침』을 받아서 가져다 보시라 하니 노장이 언짢게 생각
한 것이다. 이 일이 있은 뒤 노장은 고우스님을 예전처럼 대하지 않아 사
이가 좀 서먹해졌다. 하지만 고우스님은 노장이 그러시더라도 선배 스님
이자 어른인 서암스님을 깍듯이 예우했다. 법에 대한 견해가 다르더라도
인간적인 정리는 지키고자 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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