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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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즉돈오理則頓悟와 사비돈제事非頓除


           ▶ 설봉스님께서 현토하신 『선문촬요』는 어떤 책인가요?

           『서장書狀』에 이런 말이 있어요. ‘이즉돈오理則頓悟’라, 이치로는 모든 걸

          확 깨달아 분명해져. 그런데 ‘승오병소乘悟幷消’, 딱 깨달은 그때 이제까지
          걸려 있던 여러 가지 의심, 의문들이 확 해소가 된다는 겁니다. 눈이 열려
          요. 그런데 ‘사비돈제事非頓除’라, 생활 가운데 여러 가지 업습業習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깨달았다고 해서 한꺼번에 샥~ 하고 사라지지 않아요.

           무슨 얘기냐 하면 찌개를 불에 올려 바글바글 끓으면 불을 끄고 그걸 옮
          겨놓지요. 이제 불은 없지만 여열이 있어서 상당 시간 부글부글 끓다가 차
          차 식는 거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그동안에 여러 가지 업을 짓고 살다가 발

          심해서 참선수행을 하면, 이치로는 탁! 하고 모든 공한 이치를 깨달아요.

          지혜의 눈으로 세상 돌아가는 것들을 환하게 보는 마음의 눈이 열린단 말
          이지요. 그러나 이제까지 이 마음과 몸으로 익혀 온 업습은 부글부글 끊는
          냄비와 같아서 당장에 확 멈추지 않아요. 이것을 사비돈제라고 해요. 말하

          자면 깨달은 뒤에도 ‘오후보림悟後保任’이라고 하는데, 그 경지를 밥할 때

          뜸들이듯 순수하게 향상해 나갑니다. 그러면 차차 깨달은 눈으로 이 세상
          을 바라보며 바르게 살 때 다시는 그런 쓸데없는 업을 짓지 않게 된다는 말
          이지요.




            장 보러 오가는 길에 한 공부


           ▶ 석암스님께서 평소에 율을 가르쳐 주셨습니까?

           49재를 지내기 위해 원주는 시장을 봐옵니다. 주로 서면의 부전시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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