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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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만 큰 장을 볼 때는
범일동 장을 가거나 멀
리 국제시장에도 갑니
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지갑을 빈 걸망에 넣고
국제시장으로 향했어
요. 필요한 물건을 사고
사진 6. 향곡스님 주석 도량 묘관음사.
지갑을 꺼내려는데 글쎄
없어졌어요. 2중으로 된
광목 걸망이 예리한 칼
로 찢어져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전차 안에서
쓰리(소매치기)가 붙었던
거지요. 뭐 겉보기에도
얼빵해 보이는 젊은 중 사진 7. 부산 내원정사에서 석암스님과 함께
(오른쪽부터 인환스님, 석암스님, 정련스님).
이 걸망을 졌으니까요.
내일이 49재인데 하늘이 노랗더군요.
마침 선암사 조실인 향곡스님의 작은 토굴이 범일동에도 하나 있었어
요. 금모사金毛寺라는 절입니다. 향곡스님 절은 기장 바닷가의 묘관음사이
지만 마침 여기에 계시더라고요. 찾아가서 말씀드리니 스님은 “허허, 좀
조심하지 않고.” 딱 그 말씀뿐이에요. 이렇다 저렇다 말씀 없이 돈을 주셨
습니다. 물건들을 사고 이튿날 재를 제대로 치뤘어요.
내가 원주 맡았을 때 제일 많이 공부하고 알차게 한 것이 장보러 오갈 때
입니다. 장을 많이 볼 때는 석암스님과 같이 갑니다. 자주 같이 다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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