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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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둘이 빈 걸망 짊어지고 장에 가
면 부산 서면의 신도들의 인사가 대단
합니다. 여기저기서 “스님 오셨습니
까?” 인사가 이어져요. 우리는 북통같
은 걸망을 짊어지고 나란히 발을 맞춰
다시 절로 향합니다. 이때 살아 있는 공
부를 합니다.
절에서는 노장님한테 따로 무슨 얘기
사진 8. 석암스님.
들을 기회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장에
오가는 서너 시간 동안 스님께서 참선하는 얘기, 정진은 어떻게 하는지 많
은 말씀을 하십니다. 노장님은 율사님이니까 계율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
지 않고 해주십니다. 절집 신참내기인 저에게는 아주 대단하고 큰 공부였
어요. 선문에 ‘화반탁출和盤托出’이라는 말이 있어요. 음식을 내줄 때 음식
만 내주는 것이 아니라 그 담은 그릇까지도 준다는 말입니다.
이후에도 석암스님께 배웠는데, 『범망경』, 「초발심자경문」, 「사미율의」,
『율장』, 『사분율』, 『오분율』, 『마하승기율』 등을 모두 배웠습니다. 제가 평생
공부하는 데 석암스님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요. 경을 보다가 모르는 거 있
으면 언제든지 스님 방에 쫓아가서 여쭈면 친절하게 일러주시고요. 그렇
게 공부의 기초를 익혔어요. 그 후에 강원에서 공부하고, 학교도 가고, 외
국에도 가고 해도 아침, 저녁으로 반드시 몇 시간씩은 꼭 참선하고, 지금
까지도 쭉 하고 있는데 그때 그 영향입니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이라고 석암스님 만나서 그렇게 훈도를 받은 거, 지금도 너무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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