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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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에 대처승은 없다
1955년입니다. 여름 안거 결제하기 열흘 전인데 종단에서 사발통문沙鉢
通文이 왔어요. 당시 종단에 정화불사로 야단이 일어났어요. 이제 정화불
사를 위해 수좌들도 힘을 모아야 하니까 모두 서울 조계사 법당에 모여 일
치단결해서 정화운동을 추진하자는 취지예요. 석암스님이 선암사 대중들
을 모아놓고 회의 주재를 했어요. “그동안 수좌들이 소수 세력으로 이 선
방, 저 선방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가지 서러운 꼴을 겪었다. 우리 선방에
서 정진하는 스님들도 결국은 종단이 바로 서고 안정되어야 그 속에서 정
진을 제대로 할 수가 있다. 그래서 모두 동참해서 힘을 합쳐 이번에는 조
계사에서 여름 결제를 하는 마음으로 정화불사에 동참하자.” 이렇게 결의
했어요.
▶ 스님도 정화운동에 직접 참여하셨습니까?
당시 조계사 큰법당으로 들어가는 대문이 있었고, 그 오른쪽에 한옥이
있었어요, 거기에 동산스님이 계셨고, 건물 옆 빈터에 대형 천막을 두 개
쳐서 후원으로 삼아 공양을
준비했어요. 스님들은 안국
동 선학원과 그 가까이에 있
던 대비원이라는 비구니 절,
그리고 종로3가 대각사 등
여러 곳에서 잤어요. 매일
오전 조계사 법당에 모여,
지금도 눈앞에 선하네요. 모 사진 9. 인환스님도 이 역사적인 정화 행렬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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