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23년 8월호 Vol.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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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라면 앞의 1차, 2차 완성은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여기에  돈
             오, 견성, 무생법인이라는 궁극의 결과를 가리키는 말을 붙여서는 안 된다
             는 것이 성철스님의 주장이다.




                전파원증全破圓證만이 견성



               화엄의 표어인 ‘초발심을 할 때 그대로 무상정각을 성취한다[初發心時便
             正覺]’는 말은 인과가 원융하다는 이치에서는 지당하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원인은 원인이고 결과는 결과다. 그래서 같은 화엄이라 해도 학자들 간에
             견성이 일어나는 지점을 달리 말하게 된다. 이에 대해 성철스님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통현장자는 초주에서 견성해 제8지에 이르러 무생법인을 증득한
                  다 하였다. 청량국사는 부처님께서 8지에 이르러 무생법인을 증득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에 있어 미세망상이 남아 있으므로 진정

                  한 무생법인은 아니고 불지라야 진정한 무생이라 하였다. 현수스

                  님은 보살지를 넘어 10지 종심에 이르러 일체 망상습기를 다 제거
                  하고 견성한다고 하셨다.”



               성철스님은 그 어떤 것이라 해도 완전한 깨달음, 즉 전파원증全破圓證이

             아니라면 견성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성철스님은 일찍이 법정스님과
             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영원한 진리를 위해 일체를 희생한다’는 팻
             말이 걸린 쇠말뚝을 박아놓고 살았다. 타파해야 할 번뇌가 남아 있다면 영

             원한 진리가 아니다. 닦아야 할 도가 남아 있다면 영원한 진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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